본문 바로가기

시민활동 참여 후기

손절사회/ 이승연/어크로스/2026

by 김경옥 2026.09.12 조회수65

ㅡ왜 우리는 외로우면서도 

           관계로부터 자발적 도피를 하는가?

                   <손절사회/ 이승연 / 어크로스/2026> 

                         

 

 

<혼자가 편한게 아니라 상처받기 싫은 거였다> 라는 

제목의 책이 있을 만큼, 관계를 맺고 싶으면서도 

갈등을 겪거나 상처 받는 게 두려워 

차라리 관계의 단절과 외로움을 택하는 게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현대인 그 중에서도 가장 외로운 세대라는 청년 세대는 

신자유주의 이전의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최초의 세대로 

가장 오랜 시간을 노동시장 진입을 준비하기위해 

학력과 스팩을 쌓는 데 소모했으면서도 

가장 적은 실질임금을 버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의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은 

외로움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고 있고,

외로움이 단순히 심리적 하자로 인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구조화되는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는 경제 구조 뿐 아니라 

사회 심리 문화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신자유주의가 원하는 이상적인 노동자상은

언제나 긍정적인 인간, 

그래서 끊임없이 생산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는 인간이다. 

이 체제에서 정신적 고통이란 

원활한 생산 활동의 장애물일 뿐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기를 바라기에, 

자존감만 있고 공존감은 없는 인간상을 강요받는다. 

 

최상의 '정신 건강'을 유지해야한다는 강박은

심리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야할 

대상으로 여기게 하며, 

개인의 삶과 심리를 경영하도록 한다. 

자발적 외로움을 권하고, 고립을 지혜로 포장하며, 

일상생활의 모든 문제를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의 

언어로 해석하고 치유를 강조하는 

'치료요법 문화'라는 새로운 현상이 생겨났다. 

 

SNS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MBTi를 비롯한 심리 상담은 물론 

TV에 넘쳐나는 치료요법 프로그램부터 

실제 정신과 상담까지... 

'자기애성 성격 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와 같은

온갖 심리학적 용어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됨에 따라 

이제 상담실을 벗어나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반적 어휘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정병' 'genZstare' 같은 은어들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정신의학 용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프로필의 한 줄이 될 만큼 

치료요법 문화는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고,

정신의학 진단의 기준점도 낮아지면서 

통계상으로는 정신질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는 불필요한 진료를 받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제약회사의 개입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한다. 

정신 건강, 특히 행복한 상태가 지나치게 강조된다면 

우울과 괴로움은 병리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기에 

결국 치료요법이나 정신의학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타인은 자신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손절하는 게 지혜로운 행동'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MBTi로 성향 분석을 하고, 소셜 미디어 프로필로

동질적인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원하는 사람과 편리한 방식으로 상호작용 한다면, 

공동체 구성원은 더욱 극단적인 의견을 갖게 되고, 

민주주의 발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치료요법 문화의 주 소비층이면서 동시에 주도 세력이 

2030 여성층이라는 점 또한 주목해 봐야한다.

남여 평등이 많이 진척되었고, 

페미니즘이 아무리 대세 담론이 되었다 해도,

2030 여성은 여전히 노동시장의 최약자일 뿐 아니라 

전통적인 돌봄 제공자로써 

자신의 감정을 대상화하는데 익숙하다. 

이로인해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2030 여성들에게 치료요법 문화는 

고통을 호소하고 인정받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돌봄을 주는 위치에서 받는 대상이 된다. 

불안과 외로움을 의탁할 구세주인 것이다.

 

 

'상처가 없다는 것은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슬라보예 지젝의 말처럼, 

고통과 갈등은 인간의 만남에서 필연적인 현상이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통제할 수 없고,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나는 특별하다'고 끊임없이 되뇌는 

자아와의 대화가 아니라, 

나를 특별한 존재로 대하는 타인의 경청하는 눈빛이다. 

경청마저 상품이 되고 있는 세상에서 

경청해 줄 사람을 찾기위해 인터넷 사이트와

치료요법문화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과의 경청을 나누길 권한다. 

경청의 힘을 잃어버림으로써 우리는 타인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마저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2030 세대 뿐 아니라 현대인의 사회심리 문화를

탁월하게 분석한, 

98 년생 젊은 사회학자의 혜안이 빛나는 책이다.

 

 

0 / 1000
페이지 맨 위로
QR카드